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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한 대가 엉덩이 위쪽 플라스틱 몸통에 철컥 끼워진다. 자전거 거치대에 꽂듯 간단하다. 작은 두발 로봇이 깨어나 일어서더니 사람을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둘 사이에 전선은 없다. 스마트폰을 빼내면 다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평범한 휴대전화다. 로봇의 이름은 PhoneBot. 키는 19인치(48.3cm), 무게는 약 4파운드(1.8kg)다. 부품값은 400달러쯤 들었고, 이 로봇을 걷게 한 가장 싼 스마트폰은 50달러짜리였다. 걷는 데 쓰이는 처리 능력은 그 폰의 10분의 1이 채 안 된다.

이 로봇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데니스 홍 교수의 RoMeLa 연구실에서 나왔고, 프리프린트의 제1저자는 루오천 허우(Ruochen Hou)다. 같은 연구실은 2010년 12월 내슈빌의 학회에서 키가 거의 같은 로봇 DARwIn-OP를 선보였다. 홍 교수는 이 로봇을 “새 아기”라고 불렀다. IEEE Spectrum이 당시 전한 내용이다. DARwIn-OP는 자체 컴퓨터를 탑재했고, 조립품 한 대 가격은 1만 2000달러였다.

로봇보다 스마트폰이 잘하는 일

스마트폰에는 로봇 제작자들이 오랜 세월 하나씩 사 모으던 부품이 이미 다 들어 있다. 보는 카메라, 생각하는 프로세서, 명령을 받는 와이파이, 얼굴이나 메뉴를 띄우는 화면. 그리고 두발 로봇이 한 걸음도 떼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센서도 있다. 관성 측정 장치(IMU), 즉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를 짝지은 부품이다. 폰을 옆으로 돌리면 화면이 따라 돌아가게 하는 바로 그 센서이고, 로봇에게 몸이 기울었으니 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알려 주는 것도 이 센서다.

PhoneBot 안에서는 스마트폰이 거의 모든 일을 한다. 기울기 센서를 1초에 200번 읽고, 13개 관절이 각각 어디로 가야 할지를 1초에 50번 결정해서, 그 결정을 와이파이로 아래쪽의 작은 보드에 보낸다. 보드는 명령을 모터로 전달하기만 한다.

로봇이 누군가를 따라갈 때 이 구조가 가장 잘 보인다. 폰 카메라가 사람을 추적하고, 사람이 한쪽으로 벗어나면 PhoneBot은 발을 움직이지 않고 허리만 돌린다. 사람이 옆으로 55도 넘게 벗어나야 비로소 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엎어지면 스스로 일어나는데, 2010년의 선배 로봇도 그랬다.

예산은 거의 다 다리에 들어간다. 서보 모터 13개는 개당 23.90달러, 합쳐서 약 310달러다. 플라스틱 몸체와 배터리가 달린 전자부품에 90달러쯤 더 든다. 몸체는 3D 프린터로 뽑으며, 설계도와 쇼핑 목록은 프로젝트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걷는 데는 폰의 10분의 1이면 된다

PhoneBot은 바닥이 아니라 시뮬레이터에서 걷기를 배웠다. 방법은 강화학습이다. 가상의 PhoneBot이 수억 번의 시뮬레이션 스텝을 거치면서, 잘 맞는 동작에 보상을 받다 보면 걸음걸이가 만들어진다. 그런 다음에야 프로그램이 진짜 로봇에 들어간다.

논문의 비법 하나는 거의 어린아이 같은 발상이다. 연구진은 프로그램에 모든 시도를 두 번씩 보여 주었다. 한 번은 일어난 그대로, 한 번은 좌우 다리를 맞바꾼 거울상으로. 이 방법이 없으면 걸음걸이가 한쪽으로 기울어서, 한 다리가 눈에 띄게 더 많이 일했다. 거울상을 쓰자 부담이 거의 고르게 나뉘었다.

두 다리로 균형을 잡는 게 제일 어려운 일 같겠지만, 폰에는 가장 쉬운 일이다. moto g 2024에서 걷기 프로그램이 쓰는 프로세서 점유율은 6% 정도다. 훨씬 무거운 건 주변을 살피는 일이다. 카메라로 사람을 찾고 방을 지도로 그리는 작업이다. 부하 표의 모든 행을 더해도 보급형 폰은 60% 정도만 바쁘고, 여유가 남는다.

걷는 데는 폰 프로세서의 얇은 한 조각만 쓰인다
걷는 데는 폰 프로세서의 얇은 한 조각만 쓰인다
직접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기술 사양
  • 모터: DYNAMIXEL XL430-W250-T, 1.4N·m, 개당 57g.
  • 관절: 다리마다 6개, 여기에 허리를 돌리는 관절 1개.
  • 학습: MuJoCo 시뮬레이터에서 PPO 알고리즘, 학습 중 전후좌우 속도는 최대 0.5m/s.
  • 프로세서 부하: 걷기 610%, 사람 감지 1618%, 공간 지도 작성(ARCore) 4분의 1에서 3분의 1.
  • 설계도 라이선스는 CC BY-NC 4.0이다. 만들고, 고치고, 공유할 수 있지만 허락 없이 팔 수는 없다.

비교표 속의 할아버지

연구진은 PhoneBot이 얼마나 싼지 보여 주려고 가격이 3500달러에서 1만 3800달러 사이인 소형 연구용 휴머노이드 다섯 종을 나란히 놓았다. 가장 비싼 ROBOTIS OP3는 바로 그 DARwIn-OP의 손자뻘이다. 제조사 매뉴얼에 따르면 DARwIn-OP는 이후 ROBOTIS OP로 판매되었고 OP2, OP3로 이어졌다. 9000달러짜리 BRUCE도 2022년 홍 교수 연구실에서 나왔다. 새 로봇이 자기 집안의 족보와 경쟁하는 셈이다.

// 한 연구실에서 나온 두 로봇

DARwIn-OP, 2010

키 17.9인치(45.5cm), 무게 6.3파운드(2.8kg). 자체 인텔 아톰 컴퓨터. 팔을 포함해 관절 20개. 조립품 12,000달러, 학교·대학용 9,600달러. 설계도와 소프트웨어 공개.

PhoneBot, 2026

키 19인치(48.3cm), 무게 약 4파운드(1.8kg). 컴퓨터 대신 스마트폰. 팔 없이 관절 13개. 부품값 약 400달러에 폰 별도. 설계도는 공개지만 조립한 로봇을 허락 없이 팔 수는 없다.

공정한 비교는 아니고, 저자들도 그렇게 인정한다. OP3는 관절 20개에 팔과 강력한 컴퓨터까지 갖췄으니 PhoneBot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적다. 그래도 약 서른 배의 가격 차이가 핵심을 말해 준다. 학교 로봇 동아리가 400달러짜리 로봇은 살 수 있어도 1만 3000달러짜리는 못 산다는 것이다.

낡은 폰이냐, 새로 산 50달러짜리냐

기술 매체 New Atlas는 먼지 쌓인 낡은 폰이 로봇의 두뇌가 될 수 있다고 썼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연구진이 시험한 폰은 네 대였고 낡은 건 하나뿐이었다. 중고로 산 2017년형 Honor 9이다. 나머지 셋은 2026년 9월에 새로 샀다. 50달러짜리 moto g 2025, 그리고 50~90달러인 Galaxy A16 5G와 moto g 2024다. 미국 통신사 한 곳에만 묶인 보급형 선불 폰이라 이렇게 싸게 팔린다.

네 대 모두 걷고 카메라로 사람을 찾아냈다. 낡은 Honor는 방 지도를 만들지 못했는데, 프로세서 탓이 아니었다. 지도 작성에는 구글 서비스가 필요한데, 이 기종은 미국에서 그것을 지원하지 않는다. 저자들은 PhoneBot이 모든 안드로이드 폰에서 돌아간다고 장담하지 않는다.

그래도 서랍 속 폰이라는 발상이 근거 없는 건 아니다. 유엔과 WEEE 포럼의 추산으로는 2022년 한 해에만 약 53억 대의 폰이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상됐고, 대부분은 서랍이나 벽장에서 잠자거나 매립지로 갈 가능성이 높았다. 유럽 가구 약 9000곳을 조사했더니 46%가 안 쓰는 전자제품을 갖고 있는 이유로 같은 말을 댔다. “다시 쓸지도 모르니까.” 카메라와 와이파이가 달린 폰이 필요한 로봇이라면, 바로 그 “다시”가 될 수 있다.

낡은 폰이 가득한 서랍에 하나를 꺼낸 빈자리가 남아 있다
낡은 폰이 가득한 서랍에 하나를 꺼낸 빈자리가 남아 있다

장막 뒤의 노트북

PhoneBot의 가장 약한 부분은 말을 걸 때 드러난다. 폰이 목소리를 녹음하지만, 알아듣고 생각하는 일은 근처 노트북이 한다. 음성 인식과 언어 모델이 거기서 돌아간다. 논문은 어느 모델인지 밝히지 않는다. 답은 다시 폰으로 돌아가고, 폰이 합성 음성으로 말한다. 노트북이 없어도 로봇은 걷고 사람을 따라가지만 입은 다문 채다.

다른 한계도 저자들이 직접 적어 놓았다. 팔이 없어서 아무것도 집을 수 없다. 걷기는 평평한 바닥에서만 배웠고, 싸고 약한 모터로는 짐을 나르거나 뛰는 것도 어렵다. 촬영과 “텔레프레전스”는 논문 첫머리에 언급되지만 시험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아직 독립 심사를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다. 다음 목표는 가벼운 팔과 폰 안에서 도는 언어 모델이다. 그러면 노트북을 치울 수 있다.

컴퓨터는 이미 주머니 속에 있다

2010년에 컴퓨터는 작은 로봇에서 가장 비싸고 똑똑한 부품이었다. 16년 사이에 판이 뒤집혔다. 이제 두뇌는 2인 저녁값보다 싼 50달러이고, PhoneBot에서 가장 비싼 부품은 정해진 각도로 돌기만 하는 모터 13개다. 400달러 중 310달러가 여기에 들어간다.

프리프린트가 던지지 않은 뻔한 다음 질문이 남는다. 다리까지 싸지면 사람들은 이런 로봇으로 무엇을 만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