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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서비어런스는 45.22km 가운데 90% 넘는 구간에서 스스로 길을 골랐다. 앞에 놓인 바위와 구덩이, 비탈을 판단한 것은 지구의 사람들이 아니라 탑재된 자동 운전 장치였다. 이 거리로 NASA의 탐사차는 2026년 10월 11일, 임무 2,006번째 화성일에 선배 오퍼튜니티의 기록을 깼다 . 오퍼튜니티가 화성에서 달린 거리는 45.16km였다.

차이는 60m, 축구장 절반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다른 데 있다. 오퍼튜니티가 이 거리를 쌓는 데는 14년 넘게 걸렸지만 퍼서비어런스는 5년 반이면 충분했다. 게다가 오퍼튜니티의 초기 자동 운전 장치는 전체 거리의 5%만 경로를 정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워진 지구 밖 주행거리 기록 세 개를 이어 보면, 사람이 운전대를 기계에 넘겨 온 이야기가 된다. 묘하게도 첫 기록 보유자는 지금도 자기 주행거리를 모른다. 누가 세느냐에 따라 37km, 39km, 42km다.

심페로폴 근처 화면 앞의 다섯 사람

첫 기록의 주인은 소련의 루노호트 2호였다. 착륙 단이 1973년 1월 15일 르모니에 분화구에 내려앉았고, 탐사차는 1월 16일 표면으로 굴러 나왔다. 운전은 크림반도 심페로폴 근처의 심우주 통신센터에서 이루어졌다. 승무원 다섯 명이 텔레비전 화면을 보며 거의 실시간으로 명령을 보냈다.

‘거의’라고 한 것은 전파가 달까지 갔다 오는 데 약 3초 가 걸려, 운전자가 회전 결과를 늦게 봤기 때문이다. 명령 두 번 사이에 기계는 모드에 따라 2.3m에서 8.3m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이는 루노호트 1호의 경우로, 섀시를 설계한 미하일 말렌코프가 운전사 뱌체슬라프 도반을 인용해 썼다 . 2호는 1호보다 훨씬 과감하게 몰았다. 루노호트 1호가 11개월 동안 달린 거리는 약 10.5km, 2호는 넉 달 만에 그 네 배 가까이 갔다.

한 번은 기계가 운전대를 내놓지 않았다. 1973년 2월 11일, 긴 달의 밤을 지나 탐사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승무원들은 화면에서 바로 앞의 분화구를 보고 정지 명령을 보냈다. 루노호트 2호는 계속 굴러갔다. 세 번째 명령에서야 멈췄다. 원인은 무선 시스템의 신호 교란 장치였고, 관제진은 예비 장치로 전환했다.

루노호트 2호는 약 넉 달 동안 일했다. 5월 9일 분화구에 빠졌고, 태양전지판과 방열판에 먼지가 쌓이면서 기계가 과열됐다. 6월 초 소련은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발표했다.

루노호트 2호의 바큇자국: 40년 뒤 궤도 영상으로 주행거리를 다시 계산했다
루노호트 2호의 바큇자국: 40년 뒤 궤도 영상으로 주행거리를 다시 계산했다

기록의 가장 이상한 부분은 한참 뒤에 나왔다. 바퀴 회전수를 세면 37km였다. 40년 뒤 모스크바 MIIGAiK의 지도제작자 이리나 카라체프체바와 동료들이 NASA 달 정찰 궤도선의 영상으로 경로를 다시 따라가 약 42km 를 얻었다. 러시아와 미국 연구자들이 협의한 끝에 수치는 39km로 정리됐다. 기계도, 경로도 하나인데 주행거리는 셋이다.

산책으로 계획한 마라톤

오퍼튜니티는 2004년 1월 화성에 내렸고, 90일 동안 일하도록 만들어졌다. 프로젝트 매니저 존 캘러스는 이렇게 말했다 . “오퍼튜니티가 1km쯤 달리도록 계획됐고 장거리용으로 설계된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화성과는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없다. 신호가 한 방향으로 가는 데 행성 위치에 따라 3분에서 22분 이 걸린다. 운전자가 바위를 발견했을 때 탐사차는 이미 그 위에서 기울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화성 탐사차는 방식이 다르다. 사람이 영상을 분석해 경로를 짜고, 화성일마다 한 번씩 명령 꾸러미를 보낸다. 오퍼튜니티는 쌍둥이 스피릿과 같은 단순한 자동 운전 장치로 장애물을 스스로 피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사람이 내렸다.

2013년 무렵 오퍼튜니티가 루노호트 2호를 따라잡아 가자 소련의 수치가 갑자기 미덥지 않아 보였다. 수석 연구원 스티브 스콰이어스는 옛 37km가 좋은 궤도 영상 없이 추정된 값이라고 인정했고 , 승리를 서둘러 선언하지 않았다. “1973년에 소련이 당시 기술로 해낸 일에 우리는 깊은 경의를 갖고 있습니다.” 오퍼튜니티는 2014년 7월 27일 40.25km로 기록을 가져갔다. 팀은 경로 근처의 작은 분화구에 ‘루노호트 2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8년 6월 화성에 행성 전체를 뒤덮는 먼지 폭풍이 일었다. 오퍼튜니티의 태양전지판은 전력을 거의 만들지 못했고, 탐사차는 6월 10일 마지막으로 지구에 신호를 보냈다. 임무는 2019년 2월 종료가 선언됐다. 주행 기록계는 45.16km에서 멈췄고, 이 기록은 8년 넘게 유지됐다.

달리면서 생각하는 기계

퍼서비어런스는 2021년 2월 18일 예제로 분화구에 착륙했다. 큰 경로는 지구에서 정한다. 사람이 영상 위에 가야 할 지점을 찍어 준다. 그 사이에서 바퀴를 어디에 놓을지는 탐사차가 스스로 정한다. 자동 항법 시스템 AutoNav는 앞쪽 지형을 촬영해 사진을 이어 붙여 3차원 지도를 만들고, 위험한 바위와 비탈을 표시한다.

선배들과의 핵심적인 차이는 별것 아닌 듯 들린다. 큐리오시티는 사진을 찍고, 생각하고, 달리고, 다시 사진을 찍는 순환으로 움직인다. 커브마다 멈춰 서는 안갯속 운전자와 같다. 퍼서비어런스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길을 읽는다. JPL 엔지니어이자 탐사차 운전자인 밴디 버마는 2021년에 이렇게 설명했다 . “우리에게는 ‘달리며 생각하기’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바퀴가 구르는 동안 탐사차는 자율 주행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생각은 전용 탑재 컴퓨터에서 돌아가며, 이 컴퓨터는 착륙 지점을 고르는 데도 쓰였다.

퍼서비어런스의 최고 속도는 시간당 약 120m다. 걷는 사람보다 마흔 배쯤 느리다. 하지만 큐리오시티는 시간당 20m 정도밖에 못 내고, 화성에서 14년을 보낸 끝에 2026년 10월 11일 기준 38.07km를 기록했다.

// 세 기록 보유자

루노호트 2호, 1973년

승무원 다섯 명이 직접 운전했다. 신호 왕복에 약 3초가 걸렸다. 넉 달 동안 약 39km를 달렸다.

오퍼튜니티, 2004~2018년

사람이 영상으로 경로를 짜고 하루에 한 번 명령을 보냈다. 자동 운전 장치가 경로를 정한 구간은 거리의 5%였다. 14년 넘게 45.16km를 기록했다.

퍼서비어런스, 2021년부터

사람이 경유 지점을 정하고, 거리의 90%는 탐사차가 지형을 직접 판단한다. 2026년 10월 11일까지 5년 반 동안 45.22km를 달렸다.

자동 운전 장치가 사람보다 많이 보는 때도 있다. 2023년 여름 퍼서비어런스는 스노드리프트 봉우리라는 언덕 근처의 바위밭을 건넜다. 계획 담당자들은 궤도 영상으로 520m 경로를 그렸지만, 탐사차는 궤도 영상에 찍히지 않은 바위를 돌아가느라 결국 759m를 달렸다 .

그보다 앞선 2022년 봄에는 평탄한 분화구 바닥에서 지구의 누구도 경로를 고쳐 주지 않은 채 연속 사흘의 화성일 동안 699.9m를 달렸다 . 2025년 6월 19일에는 하루 최장 주행 기록 인 411.7m를 세웠다.

20km용 바퀴로 100km를

퍼서비어런스는 약 20km를 달리도록 설계됐다. 지금 운전자들은 다른 한계를 이야기한다. JPL의 마크 마이모니는 이 탐사차가 “총 100km까지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스페이스닷컴에 말했다 . 바퀴는 큐리오시티보다 크고 튼튼하다. 큐리오시티의 바퀴는 날카로운 바위에 구멍이 났고, 설계진은 그 교훈을 반영했다. 시험 결과 바퀴 조향 구동기는 최소 60km는 더 버틸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에 돌아오는 이야기는 뜻밖의 곳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자동차에 교차로를 맡겨도 되는지를 두고 사람들이 논쟁한다. 화성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분이나 지연되는 상황에서 조이스틱은 쓸모가 없으니, 자동 운전 장치가 힌트 없이 바위를 넘는 법을 배워야 했다. 1973년에는 사람이 루노호트에 몇 도를 돌지 일러 주었고, 정지 명령을 무시하면 그것은 고장이었다. 퍼서비어런스는 어디에 도착할지만 지시받고, 가는 길의 결정은 설계에 내장되어 있다. 다음 탐사차는 어디를 볼지만 지시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기록부는 오늘은 농담처럼 들리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운전한 것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