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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며칠이 지난 환자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의사의 손을 쥐지 않고, 눈으로 사물을 좇지도 않으며, 질문에 답하지도 않는다. 머리에는 전극 모자를 쓰고, 헤드폰에서는 일정한 삑 소리가 흘러나온다. 녹음된 목소리가 손을 쥐었다 펴 보라고 요청한다. 손은 꼼짝하지 않는다. 그런데 삑 소리의 음이 높아진다.

2026년 10월 22일 학술지 《브레인》에 실린 컬럼비아대학교 실험의 한 장면이다. 신경과 의사 얀 클라센과 연구팀은 침상에서 하는 표준 검사에서 의식의 징후가 전혀 없던 급성 뇌손상 환자 41명을 검사했다. 짧은 훈련을 거친 뒤 약 3분의 1이 뇌 활동만으로 소리를 높이고 낮추는 법을 익혔다. 게다가 별도의 검사에서 이미 숨은 의식이 확인된 환자는 전원이 성공했다. 서로 다른 두 방법이 같은 사람들을 가리켰으니, 이 삑 소리는 단순한 우연한 잡음을 잡아낸 것이 아니다. 몸은 침묵했지만 뇌는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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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겉으로 의식의 징후가 없는 중환자실 환자가 참여했다
전원별도 검사에서 숨은 의식이 확인된 환자는 모두 소리를 조절해 냈다
25%2024년 연구에서 겉보기에 반응이 없던 환자 중 숨은 의식을 보인 비율
70%중증 외상성 뇌손상 사망 가운데 생명 유지 치료 중단 결정 뒤에 일어난 비율(캐나다, 2011)

움직이려는 시도로 조종하는 삑 소리

쉬고 있는 뇌의 운동 피질에서는 공회전하는 엔진처럼 일정한 리듬이 웅웅거린다. 주먹을 쥐려고 해 보면, 아니 그저 상상만 해도 이 리듬이 흐트러진다. 일반 뇌파 검사(EEG)는 수술도 이식 칩도 없이 두피 위에서 이 변화를 잡아낸다. 침상 옆 소프트웨어가 신호를 휴식 상태의 기준선과 비교해 소리를 실시간으로 올리거나 내린다.

핵심은 환자도 그 소리를 듣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리가 닫힌다. 사람이 힘을 내면 삑 소리가 바뀌고, 자신의 노력이 바깥세상의 무언가를 움직였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임상의들은 이런 숨은 의식을 인지-운동 해리라고 부른다. 중환자실에서 쓰는 관련 검사는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의사가 환자의 뇌를 들여다볼 뿐, 환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움직이지 않는 몸에 갇힌 사람에게 헤드폰 속 삑 소리는 병동에 들어온 뒤 처음 받는 피드백일지 모른다.

머릿속의 테니스 20년

“식물 상태” 환자가 듣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2006년이다. 영국 신경과학자 에이드리언 오언은 교통사고 5개월 뒤 식물 상태 기준에 해당하던 23세 여성에 대해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 스캐너 안에서 그에게 테니스를 치는 상상을 하고, 이어서 자기 집 안을 걸어 다니는 상상을 하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건강한 자원자 12명과 같은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회의론자들은 반박했다. 어쩌면 뇌가 ‘테니스’라는 단어에 반응했을 뿐, 거기에 의도는 없었을지 모른다고.

침대 옆 탁자 위의 테니스 라켓과 전극 모자: 숨은 의식을 찾아온 20년
침대 옆 탁자 위의 테니스 라켓과 전극 모자: 숨은 의식을 찾아온 20년

6년 뒤 오언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캐나다인 스콧 루틀리는 자동차 사고 이후 12년 동안 침상 검사에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스캐너 안에서 그에게 암호가 주어졌다. 테니스는 ‘아니요’, 집 안을 걷는 것은 ‘예’였다. 통증이 있느냐는 질문에 루틀리의 뇌는 테니스로 답했다 . 신문 머리기사는 환자가 의사들에게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엄밀히 말하면 그의 뇌가 두 선택지 중 하나를 골랐고, 말은 기사가 덧붙인 것이다. 그래도 그 답 자체는 새로운 것이었다.

이 방법에는 뻔한 약점이 있다. MRI 장비는 거대하고 비싸며, 위중한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밖으로 끌고 나갈 수는 없다. 그래서 클라센 연구팀은 침상 옆 카트에 실을 수 있는 EEG로 같은 신호를 찾기 시작했다. 2019년 이들은 기계 학습으로 반응이 없는 환자의 15%에서 손동작 명령에 대한 뇌 반응을 감지할 수 있음을 《NEJM》에서 보였다 . 1년 뒤 이들 가운데 거의 절반이 낮 동안 혼자 집에 머물 수 있었는데, 나머지 환자는 7명 중 1명뿐이었다. 2024년에는 대규모 국제 연구가 명령 하나도 따르지 못하는 환자 4명 중 1명에게서 숨은 의식을 찾아냈다 .

시간을 며칠 단위로 재는 이유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시점이다. 환자들은 몇 달 뒤 재활 센터가 아니라 입원 며칠 뒤 중환자실에서 검사를 받았다. 가장 어려운 결정이 바로 이 첫 며칠 안에 내려지기 때문에 이 점이 중요하다.

외상 센터 여섯 곳을 대상으로 한 캐나다 연구 에서 중증 외상성 뇌손상 사망의 약 70%는 생명 유지 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뒤에 일어났다. 이런 사망의 절반은 처음 사흘 안에 있었다. 병원마다 사망률은 네 배까지 차이가 났다. 가족에게 이것은 결과가 환자가 어느 병원으로 실려 갔는지, 그 첫 며칠 동안 의사가 가족과 어떤 대화를 시작했는지에 일부 달려 있었다는 뜻이다. 결정은 예후에 근거하고, 예후는 침상 검사에 근거한다. 눈을 뜨는가, 손을 쥐는가. 정의상 이 검사로는 숨은 의식을 볼 수 없다.

결정은 예후에 근거하고, 예후는 침상 검사에 근거한다. 정의상 이 검사로는 숨은 의식을 볼 수 없다.

클라센은 반응 없는 환자가 모두 회복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2019년에는 본인이 직접 더 큰 집단에서 결과를 재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2022년 연구팀은 숨은 의식이 자신들이 살펴본 기존 어떤 요인보다 회복을 더 잘 예측했다고 보고했다 . 나이, 부상 원인, 입원 시 글래스고 혼수 척도 점수는 모두 그다음이었다. 침상에서 하는 삑 소리 검사가 의사와 가족의 대화에서 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삑 소리가 아직 못 하는 것

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것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다르다. 클라센 본인도 이 시스템을 첫걸음에 불과하다 고 말한다. 원리상 이런 환자 일부에게 언젠가 목소리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통증이나 배고픔 같은 단순한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표본은 41명으로 작다. 3분의 2는 소리를 조절하지 못했고, 이들 중 누가 의식이 없었고 누가 피곤하거나 잠들었거나 단지 듣지 못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구별할 방법이 없다. 다른 연구진이 다른 환자들로 결과를 재현해야 한다.

어떤 EEG도 답하지 못할 질문도 있다. “더 높게” 또는 “더 낮게"로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무엇부터 물어야 할까. 질문이 본인의 치료에 관한 것이라면 더 어려워진다. 그런 대답을 동의로 볼 수 있느냐는 의사와 윤리학자들이 수년째 논쟁해 왔지만 아직 공통된 규칙은 없다.

달라진 것은 질문 자체다. 20년 전 과학자들은 “식물 상태"인 사람이 무언가를 의식할 수 있는지 자체를 놓고 다퉜다. 이제는 그들과 어떻게 대화할지를 놓고 논쟁한다. 그리고 그 대화의 첫 마디는 평범한 삑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