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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랜들 먼로는 두 컷짜리 만화 를 그렸다. 첫 컷에서 암호화폐 덕후는 상상에 빠진다. 노트북은 4096비트 암호로 보호되어 있고, 악당들은 100만 달러짜리 클러스터를 만들어 뚫어 보려다 포기한다. 둘째 컷은 현실이다. 악당들은 주인에게 약을 먹이고, 비밀번호를 불 때까지 5달러짜리 렌치로 때린다.
17년이 지난 지금 이 농담은 경찰 일지처럼 읽힌다. 2026년 9월 19일 밤, 복면을 쓴 남자 넷이 프랑스 북부의 소도시 방댕르비에유의 한 집에 들어갔다. 이들은 부모와 여덟 살, 열두 살 두 자녀를 묶은 뒤 아버지를 다른 방으로 끌고 가 약 4만 유로어치 암호화폐를 이체하게 했다. 아버지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일한다. 해킹당한 비밀번호는 하나도 없었다.
이런 범죄에는 이름이 있다. 렌치 공격(wrench attack)이다. 이 분야의 세계 1위도 첫눈에 떠올리기 어려운 나라다. 미국도 브라질도 아닌 프랑스다. 7월에는 파리 근교에서 남자 셋이 또 한 가족을 묶었는데, 암호화폐 세금 신고 서비스에서 유출된 데이터베이스의 정보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지갑에 든 돈은 약 100유로였다.
만화가 스프레드시트가 되기까지
미국 개발자 제임슨 롭은 2018년부터 암호화폐 보유자를 노린 물리적 공격 목록 을 공개해 왔다. 기록은 20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롭 자신도 이 목록에 올라 있다. 2017년 10월, 거짓 신고로 경찰 특수부대가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그의 집에 출동했고, 누군가 그를 갈취하려 했다. 이런 수법을 스와팅이라고 한다.
목록의 첫 항목은 할 피니다. 그는 2009년 1월 네트워크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에게서 역사상 첫 비트코인 거래를 받은 사람이다. 2014년 무렵 그는 루게릭병으로 거의 전신이 마비된 상태였다. 생애 마지막 해에 갈취범들이 그의 가족에게 전화해 1,000비트코인을 요구했다. 그 뒤에는 허위 신고를 받은 경찰이 집에 들이닥쳤다.
그 뒤로는 항목이 빠르게 쌓인다. 목록에는 2017년 22건, 2025년 167건이 올라 있다. 2026년 10월 22일 기준 올해 건수는 133건이고, 그중 50건이 프랑스다. 2025년 한 해 프랑스 건수의 두 배다. 롭은 신고되지 않는 공격이 많아 목록이 완전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CertiK의 7월 보고서 는 가장 큰 변화를 한눈에 보여 준다. 주거 침입은 6개월 만에 20건으로 늘었다. 1년 전에는 1건이었다. 이제 이 유형의 공격 중 가장 흔하다. 강도들은 길에서 피해자를 기다리기를 그만두고 집으로 찾아가기 시작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실제로 털린 금액이 3,000만 달러가 넘는다고 집계했다 . 그러나 이 업체가 추적한 46건 가운데 강도가 돈을 손에 넣은 것은 12건, 26%뿐이었다. 2025년에는 49%였다. 폭력은 늘고 전리품은 줄었다.

나만의 은행, 나만의 금고
암호화폐 업계가 좋아하는 구호는 “스스로 은행이 되라"다. USB 메모리만 한 키 보관 장치인 하드웨어 지갑에 넣어 둔 코인은 거래소가 망하거나 해킹당해도 무사하다. 하지만 그 은행에는 경비원도 없고, 다른 주소에 있는 금고도 없다. 금고는 침실에 있고, 비밀번호는 주인의 머릿속에 있다.
일반 돈은 총을 들이대고 빼앗기에 좋은 전리품이 아니다. 은행은 한도를 두고, 이상한 이체에는 경고를 띄우며, 결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비트코인 이체는 되돌릴 수 없다. 돈을 돌려주는 고객센터는 없다. 경찰이 거래소에서 도난 자금의 일부를 동결하는 데 성공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추격전이지 되돌리기 버튼이 아니다.
세 번째 이유도 있다. 블록체인은 공개되어 있어서 누구나 어떤 주소의 잔액이든 볼 수 있다. 주소를 이름과 연결하기만 하면, 강도는 피해자의 돈에 대해 이웃보다 더 많이 알게 된다.
왜 프랑스인가
2026년 6월 30일, 로랑 뉴녜스 내무장관은 프랑스를 이런 공격의 “일종의 진원지"라고 불렀다 . 그가 언급한 6개월 77건은 CertiK의 전 세계 합계보다 많다. 경찰은 미수 사건과 언론이 다루지 않은 사건까지 보기 때문이다. 뉴녜스는 긴급 조치로 200명이 체포되었고, 암호화폐 업계 종사자 724명이 경찰 신속 경보 체계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분기점은 2025년 1월이었다. 프랑스 하드웨어 지갑 제조사 렛저의 공동 창업자 다비드 발랑이 프랑스 중부의 자택에서 아내와 함께 납치되었다 . 납치범들은 그의 손가락 일부를 자르고 그 영상을 다른 공동 창업자에게 보냈다. 경찰은 이튿날 발랑을 구출했다.
2025년 5월에는 공격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다. 파리 한복판에서 복면 쓴 남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 파이뮴 대표 피에르 누아자의 딸과 어린 외손자를 배달 트럭처럼 칠한 밴에 억지로 태우려 했다 . 딸의 파트너가 맞서 싸웠고, 범인들은 달아났다.
체이널리시스는 유출을 프랑스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 본다. 수사 당국은 보비니 세무서 직원이 세금 데이터베이스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를 검색해 그들의 정보를 범죄 조직에 팔았다고 의심한다. 그녀는 2025년 6월 말에 체포되었다.
2026년 1월에는 해커들이 암호화폐 투자자의 세금 신고를 돕는 프랑스 서비스 왈티오를 뚫었다. 고객 이메일 주소가 2024년 말 기준 잔액과 함께 유출되었다. 프랑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6년 7월 13일 파리 근교 타베르니의 한 집에 들이닥친 남자 셋을 이끈 것이 바로 그 파일이었다. 이들은 어머니와 열 살 아이를 묶고, 아버지가 코드를 넘길 때까지 전기충격기를 썼다.
데이터는 1년 반 전의 것이었다. 지갑에는 약 100유로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범인들은 아내에게 450유로씩 두 번 이체하라고 요구했다. 9월에 용의자 여섯 명이 조직적 무장 갈취 혐의로 기소되었다.
금고는 침실에 있고, 비밀번호는 주인의 머릿속에 있다.
엉뚱한 사람들이 표적이 된다
CertiK는 강도들이 코인 보유자 본인보다 그 가족, 즉 부모와 배우자, 자녀를 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이 업체의 집계로는 절반이 넘는 사건에서 주 표적의 친척이 피해자가 되거나 압박 수단이 된다.
2026년 2월 5일 이른 새벽, 그르노블 근처에서 납치범들이 35세 판사와 67세 어머니를 끌고 갔다 . 이들은 집에 없던 그녀의 파트너, 암호화폐 스타트업 공동 소유주에게 암호화폐로 몸값을 요구했다. 두 여성은 이웃 도의 차고에서 다친 채 발견되었다. 스스로 결박을 풀고 이웃에게 전화해 도움을 청한 것이다. 몸값은 지급되지 않았다.
때로는 더 단순하다. 갱단이 주소를 잘못 찾는 것이다. 2026년 2월 12일, 한 조직원들이 바이낸스 프랑스 대표의 집을 찾아갔다가 그가 없자 휴대전화 두 대만 들고 떠났다. 두어 시간 뒤 같은 남자들이 다른 암호화폐 기업인을 찾아 나섰다가 엉뚱한 집을 골라 그곳에 사는 여성의 머리를 총 개머리판으로 때렸다. 8월에는 렌 근처에서 괴한들이 암호화폐 보유자에게서 빌린 집의 세입자들을 붙잡아 폭행했다 . 정작 집주인은 그곳에 없었다.
문 뒤에 있는 사람들
전형적인 가해자는 영화 속 갱스터와 전혀 닮지 않았다. 크리스텔 타롤 대령은 헌병대 수사부대 중 한 곳을 이끈다. 2026년 10월 7일 헌병대가 전한 그녀의 수치에 따르면, 이런 납치에 고용된 사람의 16%가 미성년자이고 70%가 18세에서 29세 사이다.
이들은 왓츠앱, 틱톡, 스냅챗, 텔레그램에서 모집된다. 마약 거래를 하던 이들이 많지만, 전과 없는 대학생이 운전기사를 맡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무엇에 가담하는지 늘 제대로 알지는 못한 채로 말이다. 납치된 판사 사건에서는 젊은이 여섯 명이 기소되었고 그중 한 명이 미성년자였다.
결국 드러나는 것은 일종의 폭력 배달 서비스다. 조직책은 먼 곳에서 메신저 앱으로 지시를 내리고, 일손은 건마다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헌병들은 두 표적을 동시에 쫓는다. 프랑스의 실행책과 해외의 조직책이다.
시간 잠금 금고
가게에서는 오래전부터 시간 잠금 금고를 써 왔다. 계산원은 누가 아무리 정중하게 부탁해도 금고를 일찍 열 수 없다. 렌치 공격에 대한 방어도 같은 원리다. 목표는 비밀번호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돈에 빠르게 접근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CertiK는 대규모 보유자에게 멀티시그 지갑과 출금 지연을 권한다. 멀티시그란 이체하려면 서로 다른 곳에, 또는 서로 다른 사람이 보관한 여러 키의 서명이 필요한 방식이다. 위협을 받아도 한 사람이 전부를 옮길 수는 없다. 출금 지연은 강도가 피해자를 몇 시간, 길게는 며칠씩 붙잡아 두게 만들고, 그만큼 누군가 끼어들 확률이 높아진다.
롭의 저장소에 있는 가이드 는 미끼 지갑을 더하라고 조언한다. 잔액이 적고 외워 둔 PIN으로 열리는, 그럴듯한 지갑이다. 주 자산을 드러내지 않고도 넘겨줄 수 있다. 같은 가이드는 주 자산을 집 밖에 보관하고, 거래소 계정을 공개 소셜 미디어 프로필과 절대 연결하지 말라고도 권한다.

지갑에 몇천 유로쯤 든 평범한 사람에게는 규칙이 더 따분하다. 온라인에서 코인을 자랑하지 말고, 내 잔액을 아는 서비스는 언젠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타베르니 사건이 보여 주듯, 강도에게는 오래된 스프레드시트의 한 줄이면 충분하다.
암호화폐는 중개인을 없애려고 만들어졌다. 은행은 사람과 돈 사이의 불필요한 고리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지루한 중개인에게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역할이 있었다. 은행의 금고는 우리 집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