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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곳곳의 고령 투자자들이 란톈거루이(Lantian Gerui)라는 회사에 위안화를 맡겼다. 이 회사 대표 첸즈민(Qian Zhimin)은 그 돈 일부로 비트코인을 샀다. 검찰에 따르면 약 60억 위안, 당시 환율로 약 8억 4,5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지금 그 코인의 가치는 약 50억 달러이고, 영국 경찰이 보관하고 있다. 불어난 몫은 투자자에게 돌아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

2026년 10월 12일 런던 고등법원은 사기 피해 투자자들의 청구를 영국법이 아닌 중국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법률 기술론처럼 들리지만, 이 판결로 영국 정부는 보유 물량 대부분과 시세 차익 전부를 가져갈 가능성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뉴욕에서는 두 배 규모의 코인을 놓고 사기 피해자, 9·11 희생자 유족, 그리고 미국이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중국이 다투고 있다.

// 두 개의 금고

8억 4,500만 달러 → 50억 달러첸이 비트코인을 살 때의 가격과 지금의 가치
12만 8,000명 중 1만 6,000명영국 법원에서 지분 청구를 등록하는 데 성공한 투자자 수
12만 7,271 BTC미국의 프린스 그룹 사건에 묶여 있으며, 피해자들은 이 코인도 노린다

햄스테드의 리베를란드 여왕 지망생

첸즈민은 야디 장(Yadi Zhang)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2017년 9월 위조 여권으로 중국을 탈출했다. 런던에서는 월세가 1만 7,000파운드가 넘는 햄스테드의 저택에서 살았다. 비서 지안 원(Jian Wen)은 전직 테이크아웃 가게 직원이었는데, 고급 주택가에 집을 사려다 고용주의 돈이 어디서 났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수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2018년 경찰은 비트코인 6만 1,000개의 키가 든 기기들을 찾아냈고, 이는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압수였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첸의 일기에 있었다. 그는 자기만의 국제 은행과 스웨덴의 성을 꿈꿨고, 2022년에는 리베를란드의 여왕이 되고 싶어 했다. 리베를란드는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사이 다뉴브 강변의 한 뼘 땅에 세운 자칭 초소형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없다.

2025년 9월 첸은 자금세탁 혐의를 인정했고, 11월에 징역 1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 판사는 “당신의 동기는 순전한 탐욕이었다”고 말했다. 형사 사건은 여기서 끝났다. 이제 민사 사건이 시작됐고, 둘 중 더 흥미로운 쪽은 이쪽이다.

투자자가 잃은 것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위안화

투자자 위(Yu) 씨는 란톈거루이에 돈을 맡긴 경위를 BBC에 털어놓았다 . 회사가 약속한 수익의 일부를 조금씩 나눠 줬기 때문에 그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다. 2017년 중반 중국 경찰이 이 회사를 수사하기 시작하자 지급은 끊겼다. 그의 결혼 생활도 끝났다고 한다.

위 씨를 비롯해 누구도 비트코인을 산 적이 없다. 이들은 위안화를 건넸고, 그 돈을 암호화폐로 바꾼 사람은 첸이다. 코인이 영국에 있는 동안 가치는 몇 배로 뛰었다. 그렇다면 그 상승분은 누구 몫일까. 위안화를 빼앗긴 사람들일까, 아니면 은닉처를 찾아낸 국가일까?

답은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도둑이 당신 돈으로 복권을 사서 당첨됐다고 상상해 보자. 영국법에서는 투자자들이 당첨금, 곧 코인 자체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중국법에서는 오히려 채권자에 가깝고, 변호사들 말로는 낸 돈에 이자를 더한 만큼 돌려받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돌려받는 것은 복권 값이지 당첨금이 아니다.

마크 터너(Mark Turner) 판사는 중국법을 택했다 . 사기 사업이 중국에서 벌어졌고, 계약이 그곳에서 체결됐고, 돈도 그곳에서 지급됐으며, 첸이 비트코인을 산 것도 후오비(Huobi) 거래소와 장외 거래를 통해 중국에서였다는 것이 이유다. 판사는 청구인 각자가 코인에 대한 재산권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해를 본 모든 사람에게 배상하는 일반적 체계는 법에 없다. 코인이 자기 것임을 증명한 사람만 무언가를 받는다.

비트코인은 자신이 한 모든 이동을 기억하지만, 누구의 돈으로 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차액은 누구 몫인가

2026년 5월 22일까지 약 1만 6,000명이 영국 법원에 지분 청구를 등록했다. 투자자 12만 8,000명의 13%에도 못 미친다. 등록하려면 외국 법원, 외국어, 런던 변호사를 상대해야 했다. 중국의 고령 투자자에게는 어떤 법 조항보다 높은 장벽이다.

나머지는 탄원서를 쓴다. 투자자들은 중국 외교부에 보내는 청원에 2,500명 가까운 서명 을 모았다. “우리는 비트코인이 영국에 몰수되고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 상황을 원하지 않으며,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위 씨는 좀 더 소박하게 말했다. 영국 정부와 검찰, 법원이 자비를 베풀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국가에는 국가의 계획이 있다. 검찰은 정부가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2025년 여름 텔레그래프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예산 구멍을 메우려고 압수한 암호화폐 매각을 기대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이후 검찰은 별도의 보상 방안 을 마련하겠다고 법원에 약속했지만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투자자들도 포기하지 않았다. 10월 16일 고등법원은 중국법 적용 판결에 대한 항소를 약 1만 6,000명의 청구인에게 허가했다 .

중국에도 계획이 있다. 런던 판결 다음 날인 10월 13일, 톈진의 법원은 영국에서 압수된 비트코인 약 6만 2,000개를 몰수하는 사건을 심리하겠다고 발표했다 . 약 12만 8,000명이 돈을 넣었고, 중국 측 집계로는 그중 10만 2,000명 넘게 손해를 봤다.

코인은 하나인데 법원은 둘이다.

수천 명의 청구인과 하나의 금고: 모든 실이 코인에 닿기 전에 엉킨다
수천 명의 청구인과 하나의 금고: 모든 실이 코인에 닿기 전에 엉킨다

뉴욕에는 두 배의 코인이

이 이야기에는 미국판 짝이 있고, 훨씬 더 얽혀 있다. 2025년 10월 14일 미국 법무부는 당시 약 150억 달러 상당이던 비트코인 12만 7,271개에 대한 몰수 소장 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 코인이 캄보디아의 프린스 그룹과 천즈(Chen Zhi) 회장에게서 나온 것으로 본다. 이들은 인신매매된 노동자들을 가둬 놓고 온라인 사기를 시킨 단지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2026년 1월 캄보디아는 천즈를 체포해 중국으로 넘겼다 .

2026년 9월 말 레이철 코브너(Rachel Kovner) 판사는 몰수에 이의를 제기하려던 피해자 9명의 신청을 기각했다 . 논리는 런던과 비슷하다. 어느 쪽에서든 피해자가 코인이 자기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이들은 사기꾼에게 돈을 잃었지만, 그 돈이 바로 이 지갑들에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 주지 못했다. 법원은 이들이 기껏해야 코인 자체에 대한 권리가 없는 일반 무담보 채권자라고 판단했다. 정부가 이기더라도 피해자는 법무부에 보상을 요청할 수 있지만, 소유자가 아니라 청원인의 자격이다.

여기서 소설가도 감히 못 쓸 반전이 나온다. 분석가들은 이 코인이 채굴 풀 루뱅(LuBian)에서 나왔다고 본다. 채굴 풀은 수천 대의 컴퓨터가 함께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보상을 나누는 서비스다. 일찍이 2026년 1월 에 9·11 희생자 유족들이 이 코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루뱅이 이란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며, 이란을 상대로 한 법원 판결을 쥐고 있다. 10월 12일 유족 단체 중 한 곳이 다시 법원을 찾았다 . 이 단체의 판결문에 따르면 이란은 6억 7,100만 달러 넘게 빚지고 있다.

한편 중국의 국가 사이버보안 기관 CVERC는 2020년 12월 루뱅에서 사라진 코인을 미국 정보기관의 작전으로 미국이 가져갔다고 2025년에 비난했다 . 법무부는 부정행위를 부인하지만, 어떻게 그 지갑들을 장악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몰수가 확정되면 코인이 갈 곳은 이미 분명하다. 2025년 3월 6일의 대통령 행정명령은 정부가 최종적으로 몰수한 비트코인으로 채우는 전략 비트코인 비축고를 만들었고 , 이 비축고가 비트코인을 팔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 타임라인

  1. 런던 경찰이 첸즈민 사건에서 비트코인 6만 1,000개 넘게 압수
  2. 미국 법무부가 프린스 그룹 사건에서 비트코인 12만 7,271개 몰수 소송 제기
  3. 런던 고등법원이 투자자 청구에 중국법 적용
  4. 톈진 법원이 같은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사건 발표
  5. 런던 법원이 투자자의 항소 허가

가장 투명한데 아무도 돌려줄 수 없는 돈

암호화폐는 모든 것이 보이는 돈이라는 평판이 있다. 모든 거래를 추적할 수 있고 수사관들도 이를 활용한다. 분석가들은 블록체인에서 흔적을 따라가 미국이 압수한 코인을 루뱅 풀과 연결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보여 주는 것은 코인이 어디로 갔는가이고, 법원이 묻는 것은 그 코인이 누구 것인가라는 다른 질문이다. 투자자의 위안화와 경찰 금고 속 비트코인 사이에는 환전상과 중개인, 그리고 오랜 세월이 놓여 있다. 수천 명 각자에 대해 그 선을 긋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불확실한 부분도 많다. 런던 판결은 잠정적이고, 법원은 이미 항소를 허가했다. 판결이 유지되더라도 중국법 전문가들이 투자자에게 재산권이 애초에 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보상 방안은 아직 없고, 미국의 몰수도 확정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손실을 돌려받고 국가가 차액만 가져가는 결말이 날 수도 있다. 그 차액조차 수십억 달러다.

그래서 계산이 묘해진다. 이 모든 이야기에서 최고의 투자는 사기꾼이 남의 돈을 비트코인에 묻어 두기로 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은 쪽은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고 사건에서 압수한 기기를 8년 동안 쥐고 있기만 한 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