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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칼슨의 돈은 사실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의 주유소에 있던 비트코인 기계의 현금 카세트 안에 지폐 뭉치가 그대로 남아 있을 때 린 카운티 보안관실 부보안관들이 이를 압수했다. 2024년 2월, 컴퓨터 수리 서비스 긱스쿼드(Geek Squad) 직원을 사칭한 남자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해킹당한” 계좌에서 돈을 빼내 디지털 지갑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녀는 기계에 1만 4,100달러를 넣었고, 남자가 불러준 주소로 비트코인을 보냈다.
돈은 발견됐고, 누구 돈인지도 모두가 알았다. 그런데도 2025년 5월 아이오와주 대법원은 현금을 칼슨이 아니라 기계 소유주인 비트코인 디포(Bitcoin Depot)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회사는 그녀가 협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기계 화면에 뜬 사기 경고를 상품 포장지의 주의 문구에 빗댔다. 일반적인 위험을 알릴 뿐, 이 여성이 지금 압박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아이오와 검찰은 주 안에서 비트코인 디포 기계를 거친 100달러 중 98달러가 사기 피해자의 돈이었다고 주장한다 . 판결 1년 뒤, 이 회사의 기계는 단 한 대도 가동되지 않았다. 2026년 미국은 비트코인 ATM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세 개 주가 전면 금지에 나섰고, 도시들은 가게에서 기계를 하나둘 내쫓고 있으며, 최대 운영사는 파산했다. 커피숍에서 애호가들의 장난감으로 시작해 전화 사기범이 가장 아끼는 현금 창구로 자란 이 기계의 사건 파일을 펼쳐본다.
자판기에서 사탕 사듯이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ATM은 2013년 10월 29일 밴쿠버 시내의 커피숍 웨이브스(Waves)에서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 업체 로보코인(Robocoin)과 현지 업체 비트코이니어스(Bitcoiniacs)가 운영했고, 홍보 문구는 이해하기 쉬웠다. 은행도 거래소도 없이 몇 분 만에 암호화폐를 사는 것, 자판기에서 사탕 하나 사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지금의 기계보다 훨씬 엄격했다. 고객의 손바닥과 신분증을 스캔했고 하루 한도는 3,000달러였다. 첫날에는 1만 달러어치 81건의 거래 가 이뤄졌다. 고객의 약 3분의 1에게는 생애 첫 비트코인이었다.
이후 기계는 주유소와 편의점으로 퍼져 나갔다. 구조는 금세 굳어졌다. 가게는 임대료를 받고, 운영사는 거래마다 수수료를 떼고, 고객은 누구와도 말하지 않는 편리함의 값을 치른다. 2025년 말 미국에는 비트코인 ATM이 3만 617대 있었고, 이는 나머지 세계를 다 합친 것보다 많았다.
민원 창구 없는 계산대
기계는 커피머신보다 단순하다. 암호화폐 지갑 주소가 담긴 QR 코드를 스캐너에 대고 지폐를 넣으면 몇 분 안에 비트코인이 그 주소로 간다. 취소 버튼은 없다. 계좌 이체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카드 결제는 취소할 수 있으며, 은행에는 가끔 돈을 막아내는 사기 대응팀이 있다. 주유소의 이 상자에는 화면과 지폐 투입구, 고객센터 번호가 있을 뿐이다.
이 편리함은 비싸다. 아이오와 법무장관은 비트코인 디포가 금액의 23%를 떼갔고 경쟁사 코인플립(CoinFlip)은 21%를 챙겼다고 주장한다. 워싱턴 D.C.가 운영사 아테나 비트코인(Athena Bitcoin)을 상대로 낸 소송은 최대 26%의 숨은 수수료 를 문제 삼는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가 구매자에게 받는 수수료는 이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부다.
정직한 고객에게 이 기계는 그저 아주 비싼 환전소다. 사기범에게는 이상적인 도구다. 피해자는 암호화폐를 이해할 필요도, 앱을 깔 필요도, 계정을 만들 필요도 없다. 현금을 인출해 가장 가까운 가게로 차를 몰고 가서, 누군가 보내준 이미지를 띄운 휴대폰을 들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경찰"에게서 온 전화
각본은 제각각이어도 결말은 같다. 2026년 10월 방송사 WRAL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존스턴 카운티의 한 여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 지역 경찰을 사칭한 전화가 와서 암호화폐 기계에 돈을 넣어야 “석방"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유소 기계에 수천 달러를 넣었다. 전화 속 목소리가 4,000달러를 더 요구하자 그녀는 남은 돈이 없다고 말했다. 전화는 끊겼고, 그제야 그녀는 저축 대부분을 넘겨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하이오주 앨런 카운티의 63세 여성은 2024년 컴퓨터가 해킹당했다는 경고 팝업을 봤다. 화면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자 “마이크로소프트"가 받았고, 기계에서 현금을 암호화폐로 바꾸라고 했다. 그녀는 운이 좋았다. 주 범죄수사국(BCI) 수사관들이 자금을 추적해 동결했고, 2026년 10월 1만 5,300달러 전액을 돌려받았다 . 수사국은 2024년부터 비슷한 사건 309건, 총 560만 달러를 도왔다. 피해자 1인당 평균 약 1만 9,000달러에 가깝다.
더 큰 그림은 2025년을 다룬 FBI 공공 공지 에 나온다. FBI는 범행에 기계가 쓰인 신고를 집계하므로, 그중 일부 자금은 다른 경로로도 움직였을 수 있다.
// FBI 신고 속 암호화폐 키오스크, 2025년
50세 이상은 암호화폐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됐다. FBI의 설명대로 사기범이 현금 인출부터 키오스크 찾기, 입금까지 한 단계씩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깨끗한 돈은 얼마나 될까
이 기계를 둘러싼 핵심 논쟁은 이렇다. 사기범이 가끔 이용하는 환전소인가, 정직한 사람이 가끔 이용하는 사기범의 금고인가? 숫자를 따져본 검찰은 후자 쪽으로 기운다.
아이오와 검찰이 비트코인 디포에서 100달러당 98달러라는 수치를 낸 것은 브렌나 버드 주 법무장관이 2025년 2월 비트코인 디포와 코인플립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다. 검찰 집계로는 아이오와 주민이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이들 기계로 2,000만 달러 넘게 잃었다. 코인플립의 경우 같은 집계 로 100달러 중 거의 95달러가 사기 피해자의 돈이었다.
워싱턴 D.C. 검찰은 운영사 아테나 비트코인의 전형적인 피해자상을 그렸다. 절반이 71세보다 나이가 많았고, 거래의 절반은 한 번에 8,000달러가 넘었다. 검찰에 따르면 가동 첫 5개월 동안 이 기계들에 입금된 돈의 93%가 사기에서 나왔다. 앨버커키의 스테퍼니 텔레스 시의원은 자기 도시의 수치를 약 90% 로 봤다.
중요한 단서가 있다. 이는 검찰 측 수치이고 아직 어떤 법원도 확인하지 않았다. 운영사들은 반박한다. 코인플립은 블록체인 분석으로 송금을 걸러내고, 경고를 띄우고, 교육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디포 기계를 입점시킨 서클 K(Circle K)는 사기가 매장 밖에서 시작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매장 직원들이 본 것은 달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CNN은 근무 중 사기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때로 막으려 한 서클 K 직원 17명을 취재했다 . 플로리다주 포트오렌지의 부점장 데비 조이는 진행 중인 사기를 가로막아 상까지 받았다. 그녀의 말대로 체인의 규칙은 이랬다. “우리 기계가 아니니 우리 문제도 아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본인이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설득에 넘어가 매장 금고의 현금을 꺼내 기계에 넣은 것이다.
환불, 금지, 아니면 방치
주 정부의 첫 번째 대응은 운영사가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게 하는 것이다. 애리조나의 법은 2025년 9월 26일부터 시행 중이다. 신규 고객이 30일 안에 사기를 신고하면 운영사가 수수료를 포함해 전액을 환불한다. 2026년 8월까지 35명이 17만 1,332달러를 되찾았고 , 1인당 약 4,900달러꼴이다. 비슷한 법이 앨라배마에서 2026년 10월 1일 시행됐다 . 신규 고객은 수수료 포함 전액을, 기존 고객은 절반을 돌려받는다. 노스캐롤라이나도 한도를 정한 법을 통과시켰지만 발효는 2027년 1월 1일이다. 존스턴 카운티의 그 여성에게는 너무 늦은 법이다.
두 번째 대응은 금지다. 인디애나는 최초로 암호화폐 키오스크를 완전히 불법화한 주가 됐다. 법안은 처음에 운영사에 대한 소박한 규칙 모음으로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테네시에서는 키오스크 설치가 이제 형사 범죄이고, 코인플립이 소송을 걸었지만 연방 판사는 이 법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았다 . 미네소타는 가동이 중단된 기계를 연말까지 매장에서 치우라고 명령했다. 도시들도 뒤따랐다. 앨버커키는 운영사에 철거 기한 45일을 줬고, 세인트폴 시의회도 금지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주가 침묵하는 곳에서는 법원이 승부를 가른다. 그리고 칼슨의 사건이 보여줬듯 거기서는 운영사 쪽이 더 단단히 서 있다.
// 타임라인
-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ATM이 밴쿠버 웨이브스 커피숍에서 가동을 시작한다
- 아이오와주 대법원이 키오스크에서 압수한 현금을 사기 피해 고객이 아닌 운영사에 준다
- 인디애나가 주 최초로 암호화폐 키오스크를 금지한다
- 비트코인 디포가 파산을 신청하고 약 9,700대를 끈다
- 테네시의 금지법이 발효되고, 8월 1일 미네소타가 뒤를 잇는다
- 앨버커키가 암호화폐 키오스크를 금지하고 운영사에 철거 기한 45일을 준다
- 앨라배마가 운영사에 사기 피해자 환불을 의무화한다
기계는 사라져도 전화는 남는다
2026년 5월 세계 최대 운영사 비트코인 디포가 파산을 신청하며 키오스크 9,700대를 모두 오프라인으로 돌렸다 . 알렉스 홈스 CEO는 갈수록 강해지는 규제를 탓했다. 거래 한도, 일부 주에서는 아예 금지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회사는 사업을 살리려 하지 않았고, 정리해 매각하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 미국의 비트코인 ATM은 3만 617대에서 2만 237대로 줄었다. 나라 전체가 망의 3분의 1을 잃었고, 전 세계 감소분의 96%가 여기서 나왔다.
사기 자체는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미네소타 범죄수사국의 드루 에번스 국장은 금지가 사기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 범죄자들은 남의 돈에 손댈 새 방법을 계속 찾기 때문이다. 세인트폴의 금지 반대파는 다른 점을 경고했다. 도시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없게 되고, 거래는 이웃 도시의 기계로 옮겨 갈 뿐이라는 것이다. “경찰"의 전화는 여전히 같은 거실에서 울린다. 달라지는 것은 누군가 현금 뭉치를 들고 찾아가는 주소뿐이다.
밴쿠버의 그 기계는 단순한 생각을 팔았다. 비트코인 사기를 사탕 사듯 쉽게 하자는 것이었다. 13년이 지나 보니 그 쉬움이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남의 손으로 비트코인을 사는 이들이었다. 이들에게는 해커도, 은행 내부의 공범도 필요 없다. 현금을 받고 돌려주지 못하는 주유소의 상자 하나면 충분하다. 상자는 치워지고 있지만, 그 상자가 필요했던 수법은 벌써 새 상자를 찾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