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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받지 않은 AI 에이전트의 계속된 접속은 우리 고객이 동의한 아마존 이용 약관을 위반합니다.” X 사용자 닉 크루즈 파타네가 2026년 10월 15일 밤사이 그록 기반 봇에게 아마존에서 뭔가 주문하라고 시켰다가 받은 메시지다. 그는 짧은 메모와 함께 스크린샷을 올렸다 . 이제 자기 봇이 거기서 주문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일론 머스크가 그록 봇 소유자들의 불만에 한마디 보탰다 . 처음에는 쇼핑 사이트가 아마존 말고도 훨씬 많으니 그록에게 다른 곳에서 사라고 하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렇게 썼다. “어쩌면 우리가 아마존의 경쟁자를 만들어야 할지도.”

엿새 뒤 월마트는 아마존과 반대로 움직였다. 봇을 막는 대신 들였다. 쇼핑 봇은 소유자 계정 안에서 자기 프로필을 받는다. 주문 내역도 따로 있고, 예컨대 50달러의 지출 한도도 있다. 몇 달 앞서 타깃은 약관을 고쳐, 봇이 한 구매를 고객이 한 구매로 간주하기로 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AI 에이전트의 실수를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조건이 붙는다. “최고의 것”을 달라고 했다면 그 요청은 너무 모호해서 실수로 인정되지 않는다.

소매업체 셋과 카드 네트워크 하나가 일 년 전만 해도 이론처럼 들리던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았다. 소프트웨어가 사들일 때 값은 누가 치르는가.

손 없는 쇼핑객 1,000만 명

상점들이 서두를 만한 이유가 있다. 2026년 9월 8일 메타는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 에이전트는 과제를 스스로 단계별로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상품을 찾고, 가격을 비교하고, 주문서를 채운다. 뮤즈는 첫날부터 스트라이프의 링크를 통해 100만 곳이 넘는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었다. 결제 전에 뮤즈는 주문과 합계가 적힌 카드를 사람에게 보여 주며, ‘예’라고 하기 전에는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

수요는 메타도 놀랄 정도였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첫 주에 스트라이프와 함께 신용 한도를 올려야 했다고 밝혔다 . 쉽게 말해 스트라이프가 메타가 처리할 수 있는 금액에 상한을 뒀는데, 거래량이 누구의 예상도 웃돌아서 며칠 만에 그 천장에 닿았다. 10월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1,000만 명 넘게 뮤즈를 설정했고, 가장 흔한 용도가 쇼핑이다. 회사에 따르면 평균 구매액은 200달러가 넘는데, 여기에는 여행 예약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미국의 대형 상점들 앞에 진열대를 쳐다보지도, 광고를 넘겨 보지도, 배너를 누르지도 않는 고객 무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상점마다 이들을 들일지 정해야 했다.

아마존은 문을 잠근다

아마존이 가장 먼저, 가장 세게 움직였다. 2026년 9월 20일 무렵 아마존은 뮤즈를 차단했고 , 뮤즈 사용자들은 똑같은 ‘허가받지 않은 AI 에이전트’ 메시지를 받았다. 아마존의 불만은 세 가지다. 메타가 예고하지 않았고, 에이전트가 스스로 에이전트라고 밝히지 않으며, 아마존이 보기에는 고객의 로그인 정보를 저장한다는 것이다. 메타는 뮤즈가 비밀번호나 결제 수단을 볼 수 없고, 안전한 저장소의 로그인 정보를 들여다보지 않은 채 쓴다고 반박한다. 10월 중순에는 그록 기반 봇의 소유자들이 같은 메시지를 두고 불평했지만, 아마존이 그록을 차단했다고 확인해 준 적은 없다.

법적 근거는 보기보다 얇다. 2025년 11월 아마존은 퍼플렉시티의 쇼핑 봇 코멧을 해킹이라며 고소했다. 2026년 3월 하급 법원은 코멧이 쇼핑객의 계정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했지만, 8월 4일 항소법원이 그 금지를 풀었다 . 상점에 들어가는 것은 사람이고 봇은 그 사람의 브라우저 비슷한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래서 아마존은 지금 주로 에이전트 관련 조항이 있는 자체 이용 약관에 기댄다. 봇은 스스로 신원을 밝혀야 하고 봇이라는 사실을 숨기면 안 된다. 여기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2025년 4월 아마존은 쇼핑객이 아마존 앱을 떠나지 않고도 다른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물건을 사 주는 AI 기능 바이 포 미 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외부 에이전트는 아마존에서 쫓겨나는데, 아마존 자신의 에이전트는 다른 곳에서 장을 본다.

짧은 목줄에 묶인 지갑, 쇼핑 봇을 다루는 월마트의 방식
짧은 목줄에 묶인 지갑, 쇼핑 봇을 다루는 월마트의 방식

월마트는 봇에게 목줄 달린 지갑을 준다

10월 21일 월마트는 자사의 접근법을 공개했다 . 회사는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지금은 에이전트가 고객의 로그인으로 들어오고, 그 주문이 사람의 주문과 완전히 뒤섞여 아무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봇이 돈을 너무 쓰면 누가 버튼을 눌렀는지 알아내기조차 어렵다.

해법의 이름은 에이전트 프로필이다. 각 에이전트는 고객 계정 안에 별도 프로필을 받고, 주문 내역도 따로 쌓는다. 기본적으로 고객이 모든 구매를 승인하지만, 대신 한도를 정할 수도 있다. 월마트가 든 예는 50달러, 100달러, 200달러다. 한도가 주문 한 건에 적용되는지 일주일이나 한 달에 적용되는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에이전트는 카드 정보를 보지 못하고 결제 수단을 추가하거나 바꿀 수도 없으며, 한도 안이라도 상점이 승인을 요구할 수 있다. 프로필은 언제든 삭제할 수 있고, 규칙을 어기는 에이전트는 차단된다.

봇은 별도의 출입구로 들어오며, 지금은 초대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고객 프로필은 한 달 안에 나온다고 약속했다. 어떤 에이전트가 출시 때 지원될지는 월마트가 말하지 않았다.

타깃: 봇이 산 것은 당신이 산 것

타깃은 이미 봄에 세 번째 길을 택했다. 2026년 3월 22일, 구글 제미나이와의 연동을 위해 약관을 고쳤다. 채팅에서 제미나이에게 타깃에서 뭔가 사라고 하면 봇이 직접 주문한다. 에이전트는 당신이 대신 행동할 권한을 준 순간 ‘승인된’ 존재가 된다. 새 약관 에 따르면 에이전트의 구매는 결과가 의도와 다르더라도 “당신이 승인한 거래로 간주”된다. 타깃은 또 에이전트가 모든 상황에서 당신의 의도대로 정확히 행동하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에이전트가 한 일을 검토하고 수상한 점을 신속히 신고하는 것은 고객의 몫이다.

타깃은 자사 어시스턴트가 고객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사지 않으며 이런 주문에는 표준 반품 정책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래도 계약상 봇의 실수는 사람의 문제다.

// AI 쇼핑객을 위한 세 개의 문

아마존

신원을 밝히지 않았거나 허락받지 않은 외부 에이전트를 차단한다. 항소심에서 해킹 주장이 기각된 뒤로는 일단 이용 약관에 기댄다. 한편 자사의 바이 포 미 에이전트는 다른 브랜드 사이트에서 장을 본다.

월마트

자체 관문으로 에이전트를 들이고 각각 별도 프로필을 준다. 주문 내역, 50달러 같은 한도, 기본값은 구매마다 승인. 에이전트는 카드를 보지 못한다. 프로필은 한 달 안에 나온다고 약속했다.

타깃

승인된 에이전트를 들이되 봇의 구매를 고객 본인의 구매로 취급하며, 고객이 다른 것을 원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일반 반품이 적용되고, 계약상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

‘최고’라는 말은 누가 환불해 주나

은행과 카드 네트워크도 답을 찾고 있다. 2026년 4월 14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에이전트가 한 구매에 대한 보호를 발표했다 . 조건은 에이전트가 아멕스에 등록돼 있고 인증된 카드 소지자의 구매 의도가 주문과 함께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 에이전트의 실수로 생긴 청구에서 고객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한다.

흥미로운 건 작은 글씨다. 아멕스는 프로그램 페이지 에서 구매 의도가 주관적이거나 검증할 수 없는 경우에는 청구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직접 밝히고, ‘최고의 것’과 ‘정말 멋진 것’을 예로 든다. “가능하다면” 첫 단계는 판매자에게 반품하는 것이고, 그다음에야 아멕스에 청구한다. 전체 약관과 등록된 에이전트 목록은 나중에 공개한다고 하며, 프로그램 전체가 아직 미래형으로 설명된다. 핀엑스트라의 칼럼니스트 마렌 솔베리는 모호한 요청이야말로 에이전트가 틀리는 지점이라고 짚고 이를 제목에 담았다 . 아멕스는 에이전트의 실수를 보상해 준다, 에이전트가 실제로 틀리는 경우만 빼고.

에이전트가 엉뚱한 사이즈를 고르거나 한 팩 대신 열 팩을 주문했다면 실수는 주문서에 그대로 남는다. 하지만 사람은 봇에게 정확한 상품 코드를 거의 건네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떠올려 보자. 100달러 이하의 좋은 헤드폰을 달라고 했더니 봇이 후기가 가장 좋은 모델을 골랐는데, 당신에게 필요한 건 노이즈 캔슬링이었다. 아멕스에는 이것이 에이전트의 실수가 아니다. ‘좋은’이라는 말은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호가 비켜 가는 분쟁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쇼핑객들도 함정을 감지한 듯하다. 결제 회사 월드페이의 2026년 보고서 는 7개국 사람들을 조사했다. AI 쇼핑에 조금이라도 열려 있는 사람 가운데 80%는 에이전트에게 결제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맡기겠다고 했지만, 59%는 여전히 모든 구매를 직접 승인하고 싶어 한다. 묘한 구도다. 일은 소프트웨어가 다 하는데 마지막 클릭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최고’가 봇의 실수로 인정되지 않는 한, ‘예’ 버튼을 스스로 쥐고 있는 게 맞다. 어차피 그 취향의 책임은 내가 질 텐데, 당신은 그 버튼을 소프트웨어에 넘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