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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초, 서버 장비 약 1,300만 달러어치를 실은 트레일러가 미국 고속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형 데이터센터 단지가 들어선 조지아주 페이엇빌이었다. 경호는 허술하지 않았다. 경찰관들이 호송 업무를 맡아 표식 없는 차량을 타고 트레일러 뒤를 따랐다. 그런데 주간고속도로 어딘가에서 다른 차량이 그 차를 들이받았고, 호송차가 멈춘 사이 트레일러는 계속 달렸다. 나중에 한 주차장에서 발견된 트레일러 안에서 서버 팔레트는 사라지고 없었다.

“사고는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민간 화물 도난 조사관 헤라르도 파추카는 NBC 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 이번에는 텍사스로 향하던 1,000만 달러어치 화물이었다. 호송차가 들이받혔고, 트레일러의 GPS 추적기는 엉뚱한 좌표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NBC가 취재한 업계 전문가와 조사관들에 따르면, 6월 이후 미국 도로에서 사라진 데이터센터 장비는 1억 달러를 넘는다.

추돌 장면은 액션 영화 같아서 모든 매체가 기사 첫머리에 올렸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추돌은 예외다. 화물은 대개 조용히 사라진다. 도둑은 트럭을 쫓지 않는다. 누군가 번듯한 서류까지 갖춰 트럭을 넘겨준다.

팔레트 위의 금괴

왜 갑자기 서버일까? 이제 서버는 평범한 도로 위를 달리는 물건 중 가치가 가장 응축된 축에 들기 때문이다. 화물 추적 및 보호 서비스를 파는 업체 오버홀에 따르면, 플래그십 AI 서버 랙 한 대는 약 300만 달러다. 그런 랙을 실은 표준 트레일러 한 대면 여덟 자릿수 화물이 된다. 데이터 홀에 고정되기 전까지 이 돈은 가구나 청량음료와 같은 고속도로를 달린다.

위험 분석 회사 베리스크 카고넷의 운영 책임자 키스 루이스는 이 화물을 금괴에 비유하며 은행을 터는 것보다 훨씬 쉽게 훔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괴는 적어도 보통 장갑 트럭에 실려 간다.

노리는 것이 GPU만은 아니다. 도난품 목록에는 완제품 서버, 메모리 모듈, 드라이브, 라우터, 광케이블과 구리 케이블까지 들어 있다.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값이 올랐고, 그 바람에 암시장에서도 더 탐나는 물건이 됐다. 데이터센터 장비·칩·부품 도난은 2024년 이후 34% 늘었고, 오버홀의 10월 21일 보고서는 올해 피해액을 1억 5,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산한다. 건당 피해가 3,000만 달러를 넘는 일도 흔하고, 이런 장비 도난은 이제 매주 일어난다고 업체는 말한다.

호송은 엉뚱한 위협을 막고 있다

조사관들은 이 추돌 수법을 범프 앤드 런(bump-and-run)이라고 부른다. 30년 넘게 화물 도난을 수사해 왔고 TAPA 아메리카스 의장을 맡고 있는 스콧 코넬은 프레이트웨이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건을 하나하나 짚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놀랄 만큼 평범하다. 트럭 운전사가 한패여야만 먹히는 수법이라는 것이다.

정직한 운전사라면 호송차가 들이받힐 때 차를 세우고 911에 신고한다. 매수된 운전사는 그냥 계속 달린다. 경찰 호송도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로부터만 화물을 지킬 뿐, 위협은 운전석에 앉아 있다. 코넬은 두 건의 탈취가 모두 같은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화물을 맡기기 전에 아무도 운전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코넬 본인도 사건 두 건을 전국적 추세로 부풀리는 데는 경고한다. 추돌이 기억에 남는 건 시끄럽기 때문이다. 돈은 대부분 다른 방식으로 사라진다.

멈추지 않고 트럭을 훔치는 법

오버홀에 따르면 고가 기술 장비 화물 도난의 92%에서 속임수가 한몫했다. 가장 조용한 수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FBI가 이미 봄에 설명했다. 2026년 4월 30일, FBI는 사이버 기반 화물 도난에 대한 경고를 냈다.

사기꾼이 택배 회사의 이메일에 침입해 주문품 배송지를 슬쩍 바꿔 놓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택배 기사는 잘못한 게 없다. 시키는 곳으로 물건을 가져다줄 뿐이다. 트럭도 거의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며, 과정은 세 단계다. 먼저 브로커(화물에 맞는 트럭을 찾아 주는 중개인)나 운송사가 낯익은 회사에서 온 듯한 이메일을 받는다. ‘운송 계약’에 관한 링크가 담겨 있다. 이 링크는 원격 관리 소프트웨어를 깔고, 사기꾼들은 무슨 화물이 언제 출발하는지 조용히 엿본다. 그다음 실제 운송사를 사칭해 일감을 따내고, 선하증권에 자기들의 배송지를 적어 넣는다.

이어서 화물은 한패인 운전사의 다른 트럭으로 옮겨 실린다. FBI는 2025년 미국과 캐나다의 화물 도난 피해액을 7억 2,500만 달러 가까이로 추산하며, 건당 평균 피해액은 약 3분의 1 늘었다고 본다. 도둑들이 더 까다로워진 것이다.

화물은 서류 위에서 떠난다: 도난의 92%에서 속임수가 도둑을 돕는다
화물은 서류 위에서 떠난다: 도난의 92%에서 속임수가 도둑을 돕는다

여기에는 씁쓸한 아이러니도 있다. 하드웨어 버스터스가 정리한 NBC 보도에 따르면, 취재원들은 AI로 만든 신분증이 공범을 운전석에 앉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짚었다. 신경망이 신경망용 하드웨어를 싣고 떠나는 면허증을 그려 내는 셈이다.

때로는 그보다 더 적은 수고로도 충분하다. 코넬은 고가의 기술 장비 화물이 소규모 핫샷 카 캐리어 업체에 넘어간 사례를 떠올렸다. 보통 짧은 트레일러로 자동차를 나르는 회사다. 이 업체는 맞는 장비도 없이, 평소 영업권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특수 화물을 떠맡았다. 검색 엔진으로 1분만 찾아봤어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아무도 그 1분을 쓰지 않았다.

편도 티켓

도난당한 서버가 온라인 장터에 올라오는 일은 드물다. 구매자는 보통 도난 전에 이미 정해져 있다. 코넬은 미국에서 도난당한 화물 열 건 중 예닐곱 건이 이제 국외로 나간다고 추산한다. 화물을 위장하는 데는 위조 서류면 족하다고 그는 말한다. 크로스 도크 이전을 거치면 훔친 텔레비전은 선하증권상 평범한 ‘일반 전자제품’이 되고, 그런 서류가 붙어 있으면 아무도 트레일러 봉인을 뜯어 확인하려 들지 않는다.

최종 목적지는 미국 정부가 첨단 칩 판매를 금지한 곳인 경우가 많다. 오버홀 부사장 데이비드 워릭은 포천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을 꼽으며 이들을 대기업처럼 굴러가는 국제 범죄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수요는 실재한다. 포천이 인용한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RTX 6000 Pro 워크스테이션 카드의 중국 암시장 가격은 2026년 초 이후 두 배 넘게 뛰었다.

// 타임라인

  1. 도둑들이 캘리포니아 창고에서 700만 달러 넘는 엔비디아 칩을 훔친다. 산호세의 슈퍼마이크로 시설로 배송되기 하루 전이었다.
  2. 반도체와 애플 제품 약 1,500만 달러어치를 실은 트럭이 리노에서 사라진다. 빈 트레일러는 2주 뒤 캘리포니아주 280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다.
  3. FBI가 브로커·운송사 계정 탈취를 통한 사이버 기반 화물 도난의 물결을 경고한다.
  4. 도둑들이 호송차를 들이받고 조지아행 서버 1,300만 달러어치를 빼돌린다. 얼마 뒤 텍사스행 1,000만 달러어치 화물도 같은 방식으로 사라진다.
  5. 스콧 코넬이 6월 3일 이후 알려진 데이터센터 화물 도난액을 1억 1,060만 달러로 집계한다.
  6. 오버홀이 올해 AI 하드웨어 도난 피해액을 1억 5,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산한다.

청구서는 누가 받나

직접 손실은 청구서의 일부일 뿐이다. 베리스크는 지연과 가동 중단으로 인한 비용이 도난당한 장비 자체 가치의 몇 배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랙이 사라진 데이터센터는 예정대로 문을 열 수 없고, 메모리와 칩이 부족한 와중에 대체품을 빨리 구하기도 어렵다.

숫자는 에누리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NBC 취재원들이 말한 1억 달러, 코넬의 1억 1,060만 달러, 오버홀의 1억 5,000만 달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기간을 두고 센 값이다. 오버홀 보고서의 공개 요약에는 총액 뒤에 도난이 몇 건 있는지 나와 있지 않고, 화물 보호는 바로 이 회사가 파는 상품이다. 그래도 이 시장을 다루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대책은 거의 지루하게 들린다. 코넬은 종이 선하증권과 함께 보안이 갖춰진 전자 선하증권을 쓰고, 화물을 내주기 전에 운송사가 평소 하던 일, 즉 장비와 이력, 활동 지역을 확인하라고 권한다. FBI는 모든 운송 요청과 인수를 별도 채널로 확인하라고 당부한다. 낯익은 이름이나 이메일 주소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응은 빨라야 한다. 도난 화물 대부분이 해외로 향하기 때문이다. “모든 건 시간 싸움입니다.” 코넬의 말이다.

로고가 박힌 모래

2026년 9월 말, 도둑들이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플러스AI 부지에서 트레일러 두 대를 훔쳤고, 그중 한 대에는 엔비디아 로고가 붙어 있었다. 플러스AI는 자율주행 트럭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로, 실제로 엔비디아 칩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트레일러에는 칩이 하나도 없었다. 각각 약 2만 파운드의 모래가 실려 있었는데, 시험용 트레일러를 실제 화물만큼 무겁게 만들려고 회사가 쓰는 것이다.

도둑들은 침입해서 값나가는 걸 찾지 못하자 트레일러를 버리고 갔다. 포천에 따르면, 플러스AI 법무 부사장의 지인이 같은 날 인근 뉴어크의 한 사무실 밖에서 트레일러를 발견하고 사진을 보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플러스AI 마케팅 부사장 로런 콴의 말이다. 회사에서 트랙터나 트레일러를 도난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로고가 도둑들을 끌어들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랬다면, 남들을 속이는 도둑들의 이야기에서 도둑들이 속은 드문 사례였던 셈이다.